SPACE 97
08/01/2025 ~ 08/24/2025
가나아트는 변승훈(b. 1955-)의 개인전, 《滿空: 비움으로 가득한》을 2025년 8월 1일부터 8월 24일까지 가나아트센터 ‘Space 97’과 ‘공예관’에서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변승훈의 대표 연작 <만다라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오브제 작품 총 50여점을 선보이고, 지난 40년간 분청사기의 현대적인 변용을 탐구해온 그의 작업 세계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흙과 물, 불이 어우러지는 긴 호흡의 도자 작업 속에서 변승훈은 ‘흙을 물레에 올려 돌리면,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진리를 체화해왔습니다. 도예는 그에게 그저 형상을 빚어내는 기술적 행위가 아닌, 비움과 채움의 균형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연과 인간, 존재와 시간의 관계를 끊임없이 성찰하는 수행적 예술입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滿空(만공)’은 바로 그러한 작가의 철학을 응축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움으로 가득한’ 상태를 뜻하는 ‘만공’은 비움 속에서 오히려 충만함을 발견하는 동양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이는 곧 변승훈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개념이기도 합니다. 도자기라는 매체가 본질적으로 지닌 속성인 ‘비움’과 ‘텅 빈 공간’이야말로 가장 충만한 상태임을 그는 작품을 통해 일관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비움은 공허가 아니라, 사유와 에너지가 깃드는 여백이며, 형태를 둘러싼 공기가 머물면서 시간이 스며드는 공간입니다.
본 전시는 도예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더불어, 오랜 시간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매개로 만공의 세계를 조형화해온 작가의 예술 궤적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비움’ 속에서 피어나는 ‘가득함’이라는 역설적 미학을 중심에 두고, 형태 너머에 축적된 시간과 사유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도 고요한 울림으로 다가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