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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FOCUS

PARK DAESUNG 소산 박대성

10/06/2021

靜觀自得: Insight

내년 여름과 가을, 소산(小山) 박대성 화백의 전시 《靜觀自得: Insight》가 로스엔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하버드대학교 한국학센터(Harvard University CGIS), 후드미술관(Hood Museum of Art)을 차례대로 순회할 예정이다. 본 순회전은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화의 모더니즘을 이룩한 박대성 화백의 업적을 인정하는 것으로서, 화가 개인뿐 아니라 한국화단 전체의 쾌거다. 무엇보다 해외 관객 및 학자들에게 동양화가 아닌 한국화를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며, 같은 기간 미국의 미술사학자들이 집필한 연구 서적도 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하루 중 몇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느냐’는 물음에 화백은 “25시”라고 답한 바 있다. 전시는 그가 그렇게 쌓아온 작품을 ‘산수화’와 ‘고미(古美)’ 연작, 그리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그 밖의 것’으로 갈무리해 유기적인 흐름 속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산수화를 넘어서

박대성의 그림세계에서 산수화는 단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산수화는 그의 화업의 출발점이자 지금도 그로 하여금 새로운 실험에 대한 끊임없는 영감을 주는 원천이다. 5살 때부터 독학으로 한국화를 익혀온 박대성은 박노수 화백(1927-2013), 이영찬 화백(1935-) 등과 교류하며 산수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전통산수화를 거쳐 실경산수화로 나아간 그는 평단의 인정을 받은 후에도 한자리에 머물지 않고 주제, 필법 등에 변화를 거듭하며 작품 세계를 넓혀갔다. 1990년대 이후에는 중국화가 리커란(李可染)과의 조우를 계기로 서(書) 연구에 더욱 골몰하였으며, 그 조형성 실험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획의 변주와 더불어 그의 작품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시점의 다양성이다. 부감법(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을 그리는 방법으로 특히 동아시아 회화에서 자주 사용된다)부터 어안(魚眼)에서 착안한 시점까지, 화백은 과감한 시도로 그만의 의경산수화를 완성했다.

금강, 2021, Ink on paper, 79 x 88.5 cm, 31 x 34.8 in.

<금강>(2021)은 화백의 완성된 획과 구도를 보여주는 근작 중 하나로서, 장선과 단선을 적절히 혼합해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묘사했고, 절묘한 먹의 농담 변화와 여백으로 산맥 그리고 전체 풍경의 거리감을 표현했다. 전경에 사용된 소박한 담채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먹 풍경에 생동감을 주며, 파랗고 동그란 형태의 물줄기는 운율감을 자아낸다. 높은 곳에서 다시점으로 전체를 감싸 보는 듯한 구도는 화백의 심상 속 금강과 그것이 속한 이 세계의 심연을 아우른다.

금수강산, 2020, Ink on paper, 185 x 174.5 cm, 72.8 x 68.7 in.

<금수강산>(2020)에서는 어안을 빌려 풍경을 관조하고 있는 듯한 화면이 돋보인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종이의 좌우면을 시원하게 비워 서화의 자리를 만들고, 그 사이의 타원형 안에 금수강산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인간의 시선과 관념을 탈피해 자연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을 그리며 화백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태고적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낡은 아름다움에 대하여

전시 제목 ‘靜觀自得(정관자득)’, 즉 사물이나 현상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진리를 깨닫는다는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은 ‘고미’ 연작이다. 화백은 세월의 티가 없이 매끄러운 물건을 찾는 대신 모진 풍파를 견뎌낸 듯한 사물을 그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떤 것은 곧 바스라질 듯 금이 가 있고, 또 어떤 것은 녹 내음이 날 것마냥 부식되었다. 각고의 상처들로 낡은 그 사물들을 화백은 ‘고미’, 즉 오래된 아름다움이라고 명명했다. 오래된 아름다움, 어쩌면 그것은 화백이 오랜 세월, 사물뿐 아니라 인생을 관조하며 깨달은 이치가 아닐까. 고시나 와당에 적힌 글로 쓴 감각적인 서예를 배경으로 그려진 소박하나 특별한 자기들은, 그렇기에 저마다의 시간을 살며 제각기의 사연으로 익어간 평범한 사람들을 닮았다. 낡음이 아름다움의 필수 조건임을 역설하며.

예술로 사는 삶

“마음을 닦고 다스리는 것이 먼저고, 맑고 부끄러움이 없는 삶의 태도가 먼저다. 자비로움과 자유로움, 거리낄 것 없는 삶의 태도를 100% 실천하느냐가 목표이다. 그래야 붓도 제자리를 간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예술의 완성된 경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사람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다루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만물은 ‘동일체’이며.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도 그냥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소산 박대성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화백은 하루 중 25시간을 작업에 매진한다. 그 뜻인 즉, 그가 삶 전체를 예술에 들이고 있다는 것일 테다. 다양한 크기로 제본된 화첩들은 그가 지난 무수한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에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사생에 나서는 그는 그날 본 작은 벌레도, 초엽 한 장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수첩에 담는다. 모두가 인정하는 대가의 반열에 올라서도 화백은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를 결코 멈추지 않으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그가 이러한 삶을 고집스레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예술이 곧 그의 삶이기 때문이리라. 예술로 사는 화백의 삶에서 비롯된 작품들이 주는 감흥을 새삼 돌아보며, 그의 삶이 앞으로 빚어갈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더한다.

《靜觀自得: Insight》(인사아트센터 2021)에 전시된 소산 박대성의 화첩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