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
2017. 7. 21 – 8. 15
장소: 가나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8)
일시: 2017.7.21(금) – 8.15(화)
참여 작가: 최병훈, 김진우, 강형구, 임광순, 김군선, 홍민정, 정명택, 김건수, 이미혜, 서명원, 이현정, 박은민, 정재나, 강현대

가나아트는 국내 아트 퍼니처 분야의 선구자인 최병훈 작가와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트 퍼니처 디자이너 13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 전시를 개최한다. 최병훈은 한국 현대 디자인을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로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그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독일 비트라 디자인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있다. 이번 전시는 2009년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 전공으로 최병훈 교수가 배출한 제자들과 함께 마련한 뜻 깊은 자리이다. 특히,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용어이자 개념인 아트 퍼니처를 소개하고, 동시대 가구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참여하는 13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 모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들이거나 산업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현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아트 퍼니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포스트 아트 퍼니처(Post-Art Furniture)
임미선(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

«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는 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 최병훈 교수와 국내 가구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는 13명의 작가들과 함께 마련한 전시이다. 지난 31년간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시점을 앞두고, 2009년 이후 홍익대 대학원에서 목조형가구학 전공으로 최병훈 교수가 배출한 제자들과 함께 마련한 뜻 깊은 자리이다. 특히,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용어이자 개념인 아트 퍼니처를 소개하고, 동시대 가구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 퍼니처 작가 최병훈 교수의 신작(Afterimage of Beginning)과 13명의 개성 넘치는 작가들 모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들이거나 산업현장에서 활약하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현 시대의 가치를 반영하는 다양하고 풍요로운 아트 퍼니처 작품들을 소개한다.

최병훈의 작품을 설명함에 있어서 키워드는 ‘아트 퍼니처’와 ‘한국성 (한국의 문화정체성, 그는 ‘차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구의 예술적 가치추구 그리고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탐색은 그와 아트 퍼니처 그룹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가구라는 형식적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 및 표현 방법론은 각기 다른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이들의 작업태도 및 작품의 주제 그리고 표현 형식 등을 바탕으로 전시 작품을 크게 세 그룹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첫 번째 그룹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라고 하는 한국의 고건축과 고가구에 담긴 정신과 철학을 바탕으로 주어진 장소 혹은 공간을 비우고 채우는 ‘공간(space)’의 문제에 대한 이해와 전통 목가구의 쓰임새에 대한 연구 및 재해석을 해나가는 작가 군이다. 김군선, 임광순, 강형구, 김진우, 이현정, 박은민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목공예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라는 재료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가구의 기능적인 측면에 보다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들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이들은 한국적 정체성(자연미, 문화정체성 등) 및 가구의 기능성 그리고 나무라는 재료 같은 근원(뿌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을 근간으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다. 대체로 기능성과 장식성의 범주 안에서 이해되는 모더니즘 맥락의 비평언어로 설명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라고 하는 것이 물질과 시간과 기억의 사물이라는 점에서 창작의 출발이자 회귀해야 하는 물리적인 대상으로 이들이 던지는 보편적이면서도 근원적인 물음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된다.

두 번째 그룹은 새로운 소재와 기술, 기능 및 형태 등 형식적인 실험을 통해 아트 퍼니처의 외연을 넓히는 작가 군으로 정명택, 김건수, 이미혜, 서명원, 정재나 작가 등이 포함된다. 특히, 고정된 가구의 기능, 소재, 장식의 의미나 해석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거나 이를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정명택 작가는 커다란 철판과 등나무를 이용한 벤치를 통해 은폐된 재료의 물질성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서 작가가 해석하는 자연친화적이며 내재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그리고 종이를 모티브로 나무라는 재료의 다시보기를 시도하는 서명원 작가 역시 자연에서 온 소재에 대한 가치존중의 의미를 표현하는 상징적인 테이블을 선보인다. 한편, 김건수 작가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표현수단으로 3D 스캐너와 프린터를 이용한 디지털 프로세스를 작업에 활용하지만 반대로 가장 오래된 자연소재인 고인돌을 형태적 모티브로 기능이 배제된 아트 퍼니처를 전시한다. 정재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유일하게 유리와 LED를 활용한 조명을 소개한다. 이미혜 작가는 조선시대 어좌 뒤편에 배치되었던 ‘일월오봉도’라는 병풍을 모티브로 이를 기하학적으로 변형시킨 벽면구조물을 선보이는데 오방간색으로 수납공간의 각각의 면을 구분한 장식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전시한다.

세 번째 그룹은 아름다움과 쓰임이라는 가구의 전통적인 개념을 넘어 자율적인 조형물로서 예술적인 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들로 강현대, 홍민정 작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가구를 신체적인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제한하지 않으며 심리적 그리고 정신적 휴식을 제안하는 대상으로 자신만의 경험과 기억을 담은 오브제를 이번 전시에 선보인다. 강현대 작가는 물을 주제로 액체-고체-기체로 변화되는 물의 순환과정을 가시화한 작품인 ‘프로스트 체어(Frost Chair)’를 선보인다. 그는 “육체를 쉬게 하는 의자는 단 한명이 앉아서 쉴 수 있지만, 정신을 쉬게 하는 의자는 의자 하나로 수만 명을 쉬게 할 수도 있다.”라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며, 물리적인 기능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가구를 심리적, 정서적 안락과 휴식을 제공하는 시각적인 장치로 전환시킨다. 한편, 오랜 기간 사물의 정서적 가치를 탐구해온 홍민정 작가는 자신만의 사적인 기억을 담은 대상인 여행 가방을 통해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과 기억의 매개물로 ‘예테보리 컨테이너(Göteborg Container)’를 선보인다. 두 작가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조형언어이자 표현의 매개로서 의자와 가방이라는 오브제를 이용해 사물에 내포된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물과 관련된 오랜 경험의 시간을 거쳐 사람들은 그 사물에 관한 인식의 변화과정을 겪는다. 이들에게 있어 가구는 그러한 인식이 변화된 상태의 상징적인 오브제로서 이제 다른 이들의 고정된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Location: Gana Art Center (28, Pyungchang 30-gil, Jongno-gu, Seoul)
Exhibition Period: Jul. 21. 2017 – Aug. 15. 2017

Gana Art is pleased to present “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 exhibition of Byung-Hoon Choi, the pioneer of ‘art furniture’ design in Korea since 1990s, and thirteen other art furniture designers. Choi is Korea’s representative for furniture design at home and abroad with his works being housed in major institutions all over the world such as the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Korea, Leeum Samsung Art Museum, New York Metropolitan Museum of Art, and Vitra Design Museum in Germany. This exhibition is meaningful because all thirteen artists have been pupils under Choi at the Hongik University Graduate School since 2009. It is especially important that we introduce ‘art furniture’, a concept that is somewhat unfamiliar in Korea but is said to have significant implications for the understanding of contemporary furniture design. This exhibition will be an opportunity to appreciate the richness of the various art furniture that reflects the present era and each artist’s individual personalities and respective careers.


Post-Art Furniture
Misun Rheem (Former director of ClayArch Gimhae Museum)

Gana Art Center is holding an exhibition «Matter and Mass — Art Furniture» of Byung- Hoon Choi, Professor of Woodworking and Furniture at Hongik University who is about to finish his 31 year-long career as a great instructor, as well as 13 characteristic artists in the field of furniture design. In particular, what makes this exhibition more interesting is that it brings “Art Furniture” to the forefront. Preparing a new start as a freer artist, Professor Choi, as a representative artist of art furniture of Korea, shows his new work “afterimage of beginning.” With this work, varied works of veteran and rising artists are presented as well. These works make this exhibition significant in the context of understanding contemporary furniture design and the concept of “Art Furniture.” Moreover, all 13 artists participating in this exhibition, under the direction of Professor Choi, have their PhD degree or are PhD candidate of Woodworking and Furniture. Most of them are artists and play an active role as instructors at various universities or furniture designers in the industrial field. Their participation adds more meaning to this exhibition.

The keywords to interpret the works of Byung-Hoon Choi are “Art-Furniture” and “Koreanity” (the cultural identity of Korea, which he explains as “difference”). All of them use furniture as a frame but the content of each work and the methodology of expression take various directions. Here, they will be divided into 3 groups based on their attitudes toward work, subject, and presentation.

The first group understands the matter of “space” based on the “beauty and harmony of nature,” which means both spirit and philosophy in the traditional architecture and furniture of Korea. A given space or room is emptied and filled. They research and reinterpret the use of traditional wood furniture. Goonsun Kim, Kwangsoon Rim, Hyung Goo Kang, Jinwoo Kim, Hyunjung Lee, and Eunmin Park belong to this group. What makes them distinctive is that they are artists who try to be more faithful in the functional aspect of furniture. They also have plentiful experience and knowledge in wood and the origin of woodcraft. Compared to most artists who started with woodcraft (woodworking) but now use diversified materials more frequently, these artists use wood as their major material. On one hand, they succeed the genealogy of Korean wood furniture and it gives meaning to them. But on the other hand, considering the character of wood, which changes its nature according to changes in the climate and environment, it is hard to express oneself freely without time and extensive experience in understanding the material. Nevertheless, they still use wood as a major material of furniture design, which also makes them special. They do their work based on Korean identity (natural beauty, cultural identity, etc.), the functionality of furniture, and curiosity and an enquiring mind about origins (roots), like wood. Their work can be generally explained within functionalism and decorativeness, the critical language of modernity. But since furniture is an object of material, time, and memory, a starting point of creation, and a physical object needing to be returned, the universal and fundamental question posed by them deals with a fairly obvious but also complex matter. The second group expands the boundary of art furniture through formal experiments using new materials, technology, functions, forms, etc. Myungtaek Jung, Gunsoo Kim, Mihye Lee, Myoungwon Suh and Jaenah Jung belong to this group. This group consists of characteristic artists and art works showing differentiated aspects of art furniture through varied expression. They especially try new approaches by questioning, in diverse ways, the function, materials, meaning, design and interpretation of fixed furniture and by deconstructing them. Myungtaek Jung reveals the materiality of hidden materials through a bench composed of a large iron plate and wisteria. By this, he emphasizes nature-friendly and inherent beauty through his interpretation. Myoungwon Suh, who tries to re-examine wood with paper as a motif, also shows a symbolic table, meaning respect for the value of materials that came from nature. On the other hand, Gunsoo Kim displays art furniture without function. He used not only digital processes, like a 3-D scanner and printer, as a tool of expression representing the contemporary but also the dolmen, the oldest of natural forms, as morphological motif. Jaenah Jung introduces lighting made by glass and LED lights, unlike the other works. Mihye Lee shows a geometrically modified wall structure. Its motif is a folding screen called Irworobongdo (Sun, moon, and 5 peaks) placed in the back of the throne of Joseon dynasty. This work organized each plane of storage space by five colors and its decorativeness makes this work stand out.

Beyond beauty and use, the two traditional values of furniture, the third group gives significance to the aesthetic value of furniture as autonomous sculpture. They do not limit furniture as a tool providing bodily comfort but regard furniture as an object suggesting psychological and mental rest. In this exhibition, they show objects containing their own experience and memory. Hyundae Kang presents “Frost Chair.” Its theme is water and it visualizes the cycle of water from liquid to solid to gas. He interpreted his work that the chair relaxing body can give rest to only one person, but the chair relaxing mind can give rest to tens of thousands people. Therefore, furniture that is usually focused on physical function is converted into a visual device providing psychological and emotional comfort and rest. Meanwhile, Min Jung Hong, who has studied the emotional value of objects for a long time, presents “Göteborg Container” using a suitcase containing her own memory. She used this as a medium of time and memory narrating her personal life story. Both artists stimulate varied experiences and imagination contained in objects. These objects, a chair and a suitcase, are used as characteristic formative language and as a medium of expression. After many experiences related to an object, people go through the process of perceptional change about it. To these artists, furniture is a symbolic object of changing perception, which requires people who have a fixed perception to change their mind.




최병훈, ‹Afterimage of Beginning 017-481›, ‹Afterimage of Beginning 017-482›, ‹Afterimage of Beginning 017-477›


김진우, ‹Bench with Screen 1›
강형구, ‹Ready Made 0814-Hanger›


김군선, ‹자연의 조화 — 장식장1050›
임광순, ‹흔적-연결형 벤치›
홍민정, ‹예테보리 컨테이너›


정명택, ‹Arcaded Seat 17S01›
이미혜, ‹FROM 일월도 A-WS1›
서명원, ‹Paperniture STOOL 600›
김건수, ‹Another Stone and Stone›

이현정, ‹색의 변주곡 v3›
정재나, ‹Kapoor Cooper Light›
박은민, ‹Between 100›
Appearing Series, 전병현 개인전
Appearing Series, Chon Byung-Hyun Solo Exhibition
2017. 6. 23 – 2017. 7. 16
장소: 가나아트센터(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8)
일시: 2017.6.23(금) – 7.16(일)
오프닝: 2017.6.23(금) 오후5시


전통한지의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 태기수, 소설가

당신은 아주 특별한 만찬 초대장을 받았을 겁니다.
‘6월,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전병현이 준비한 특별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호스트는 전병현, 그리고 저는… 당신에게 이 요상한 만찬의 내력을 맛있게 들려줄 이야기꾼입니다. 그래요, 이 전시회는 말이죠, 깊고 웅숭깊은 만찬의 내력을 품고 있답니다. 그림으로 즐기는 만찬, 스토리가 있는 만찬에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애피타이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곤혹스러워하는 당신의 표정이 보이네요. 당연한 반응입니다. 무슨 이런 그림이 있나 싶기도 하겠지요. 두텁게 발린 한지를 찢어발긴 그림들이 전시장 가득 펼쳐져 있으니 말입니다. 천진한 아이의 장난질이나 예술적인 농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림은 그리는 것’이라는 상식적 개념을 뒤엎어버린, ‘그림 아닌 그림’들이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다고 “상식적 개념을 전복한 혁신적 발상”이라거나 “실험적 기법으로 새로운 표현영역을 개척했다”는 투의 식상한 레토릭으로 당신을 현혹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림의 맛을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건 오로지 당신의 몫이니까요.
자, 당신을 위해 준비한 애피타이저가 있습니다. 아마도 전시장 입구쯤에 전통한지의 질감을 직접 느껴보 시라고 안내하는 그림이 한 점 걸려 있을 거예요. 애피타이저를 즐기듯, 조각조각 찢긴 채 너풀거리는 한지의 질감을 음미해볼까요. […] 다른 종이를 만질 때와는 다른, 풍성한 섬유질의 질감이 느껴지지 않나요. 그걸 찢을 때는 당신의 영혼에 미세한 전율이 스몄을 겁니다. 사실 그건 위험한, 파괴의 쾌감이랍니다. 파괴의 쾌감은 창조의 쾌감 못지않게 강렬하지 않던가요. 분명 전병현도 작업과정에서 그 쾌감을 내심 즐겼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전시회는 ‘찢어발김’의 도발적 발상으로 차려낸 상상의 만찬이기 때문이죠. 도발은 파괴의 충동과 맞물려 있고, 창조적 도발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 참신한 예술의 경지를 열어젖히는 최대출력 엔진과도 같습니다. 요컨대, 갤러리에 전시된 그림들에는 전병현의 도발적 충동과 야심이 깃들어 있다는 말이죠. 한지의 질감과 함께 도발적 에너지까지 몸소 체험했다면 당신은 이제 만찬의 주무대로 입장할 준비를 마친 셈입니다. […]

메인 코스
안으로 한두 걸음 들어가 전시장 전체를 둘러봅시다. 대형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지요? 뭔가 압도적인 기분도 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한 점 한 점 감상하다 보면 곧 만찬 같은 그림들의 분위기에 편안하게 젖어들게 될 테니까요.
당신은 그림을 감상할 때 어떤 점에 중점을 두시나요? 전병현의 전시에서는 색(色)을 주의 깊게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는 “오로지 색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림에서 확인되는 전병현의 색, 어떤 느낌인가요? 예, 맞아요. 당신의 느낌처럼, 그다지 ‘컬러풀’하진 않죠. 아무래도 유화의 원색적인 그림들에 비해 감도가 덜합니다. 전병현이 말하는 색은 유화처럼 밖으로 표출되는 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색은 한지의 섬유질에 스며든 색입니다. 그림 속 오브제에 동화된 색이지요. “입히는 색이 아니라 벗기는 색”이라고 말하는 평자들도 있더군요. 꽤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말하자면 전병현의 색은 수묵화의 전통에서 길어 올린 색입니다. 붓으로 획을 가하면 한지에 먹물이 스미지요. 한지는 먹물을 머금고 먹빛 숨결 속에서 은근한 색감을 내비칩니다. 한지에 스민 채 살아 숨 쉬는 색이지요. 스며든 색, 숨어 있는 색입니다. 그러니까 전병현은 숨어있는 색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온 셈입니다.
이번 작업도 그런 작업의도가 새로운 기법으로 표출된 결과물입니다. 숨어 있는 색을 꺼내 보여주는 작업, 얼마나 힘든 과정이겠습니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전병현은 그게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찢어발김’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예, 당신이 보고 있는 그 색감, 전병현이 가시화한 숨어 있는 색의 정체입니다. 그 색을 표현하기 위해 전병현은 창조와 파괴의 과정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찢어발김’은 창조와 파괴가 하나로 어우러진 정점입니다. 찢는 행위 끝에 비로소 완성된 그림이니까요.
그 과정을 한 번 그려볼까요.
먼저 한지를 펼쳐 그림을 그립니다. 꽃과 나무 또는 흐릿한 인물의 형상이 한지에 스며듭니다. 그림의 전체적인 형상이 완성되면,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드디어 다 마른 것 같군요. 찢는 순서가 온 걸까요? 그런데 웬걸! 그가 도배용 붓을 집어 드는군요. 그러더니 완성된 그림에 풀칠을 해버립니다. 제가 왜 그의 작업을 ‘창조와 파괴의 과정’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죠? 그가 풀칠한 그림 위에 다른 한지를 붙이고 있습니다. 이를 배접이라고 하는데요, “종이의 등에 옷을 입힌다”는 재미있는 표현도 있더군요. 그가 배접한 한지에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파괴 뒤에 이어지는 창조라고나 할까요. 다시 꽃과 나무 흐릿한 인물의 형상이 한지에 스며듭니다. 먼젓번 그림에 얽혀들며 더 깊이 스며듭니다. 더 깊이 숨어듭니다. 두 번째 완성된 그림, 마르기를 기다려야겠죠. 음… 아까보다 그 시간이 좀 더 길어지는군요. 그가 그림의 상태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드디어 찢을까요? 아, 아닙니다. 그가 집어든 것은 또 도배용 붓입니다. 가차 없이 풀칠을 해버리는군요. 그 위에 새로운 종이를 배접합니다. 다시 그립니다. 그림이 더 깊이깊이 스며들며 숨어듭니다. 같은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군요. 도대체 몇 번이나….
당신이 보고 있는 그림들은 평균 6번의 배접을 거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6겹의 옷을 입고, 6겹으로 스며든 그림이지요.
잠깐,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그의 눈길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손끝에 힘을 주고, 드디어 찢는군요. 또 찢습니다. 그의 입가에 묘한 쾌감의 그림자가 어른거립니다. 찢고, 또 찢고…. 찢긴 종이가 너풀거리며 바닥에 떨어지기도 합니다.
울긋불긋, 숨어있던 색이 찢긴 종잇조각에 묻어나옵니다. 그 색을 보세요. 어딘가 친숙하고 편안한 자연미가 느껴지지 않나요? 자연의 소재에 깊이 스며든 색입니다. 전병현은 자연의 소재로, 자연미와 어울린 우리의 감성을 표현해온 작가이기도 합니다. […]

디저트
이번 전시를 통해 전병현은 전통한지의 새로운 표현양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 천년한지의 새로운 천년을 열어가고자 하는 그의 야심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세계에 공감한 당신, 당신, 당신들의 관심과 기대, 후원이 뒤따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요. 당신을 이 특별한 만찬에 초대한 이유입니다.
또 다른 당신, 당신, 당신들을 위한 초대장도,
물론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세요. 예술도 일상의 만찬처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일상적 장면이 아닐까요?
“우리는 전통적으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미술을 애호할 때 미술이 번성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러 장르를 오가며 작가로 활동해오다 올해 유명을 달리한 존 버거의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술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번영과 발전의 길을 모색해가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예술을 향유할 여유가 없다면, 참으로 난망할 노릇이겠지요. 우리는 장시간 노동 속에서 끊임없이 ‘노오오력’ 하는 삶에 짓눌려 지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선 ‘만찬’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치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삭풍의 세월을 지나 훈풍의 새바람을 맞이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예술적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어둠의 근원을 파괴하고, 그 어둠에 묻혀있던 희망의 자취를 창조하는 과정이 이어져야 하겠지요. 예술이 세상을 바꾸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세상을 덜 나쁘게 만들 순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예, 그러니까 예술이지요. 그리하여 만찬입니다. […]



Location: Gana Art Center (28, Pyeongchang 30-gil, Jongno-gu, Seoul)
Exhibition Period: Jun. 23. 2017 – Jul. 16. 2017
Opening Reception: Jun. 23. 2017, 5PM


Invitation to a Traditional Korean Paper Banquet
— Tae Ki-Soo, Novelist

You have received a very special dinner invitation.
 “In June, you are invited to a special dinner at Gana Art Gallery, to be prepared by Chon Byung-Hyun.”  
Chon Byung-Hyun is the host, and I… am the story teller, who will present you with a tasty history of this curious dinner. Yes, this exhibition does have a deep and subtle history as a banquet dinner. Welcome to the dinner to be enjoyed through pictures, a dinner with a story.  

Appetizer
I can see your perplexed expression, the moment you walk into the gallery. It is a natural response. You are wondering, what kind of paintings are these? The room is full of pictures on which thick layers of Korean paper have been pasted and then torn to pieces. This may seem like the prank of an innocent child, or like an artistic joke. I suppose these are “paintings that are not paintings,” overturning the common notion that “paintings are painted.” But I do not want to bewilder you with the lame rhetoric that they are “innovative concepts that subvert common notions,” “they opened a new territory of expression through experimental technique,” or such. It is solely up to you, what you feel and think after you taste these pictures.  
Now, here is an appetizer prepared for you. There should be a picture hanging near the gallery entrance, guiding you to directly feel the texture of traditional Korean paper. As if to enjoy an appetizer, let us savor the texture of the torn pieces of flapping hanji (Korean paper). […] Do you get the abundant feeling of texture, unlike when you touch other types of paper? When you tore it, you must have felt a tiny shiver going through your soul. In fact, that is the dangerous pleasure of destruction. The pleasure of destruction is as powerful as the pleasure of creation, is it not? I am certain that Chon also secretly enjoyed that pleasure during his work process. That is because this exhibition is an imaginative dinner prepared with the provocative idea of “shredding.” Provocation is interlocked with the destructive impulse, and creative provocation is like an engine producing maximum power as it presents a new perspective and takes art to a new level. In short, the works exhibited in the gallery connote the provocative impulses and ambitions of the artist.  
Having personally experienced this provocative energy, along with the texture of hanji, you are now ready to enter the main stage of the banquet. But before that, we need to find out a little more about our traditional hanji paper.  

Main Course
Let us step into the gallery and look around at the overall exhibition. You see a lot of large works? You may feel somewhat overwhelmed. It’s okay. Looking at them one by one, you will soon become comfortably immersed in the dinner-like atmosphere of the pictures.
When you appreciate a painting, what is your point of focus? I recommend that you look carefully at the colors in Chon Byung-Hyun’s exhibition. He once said he wants to “remain only as color.” What is the feeling given by Chon’s colors, as discerned in the works? Yes, that’s right. Just as you have felt, they are not so “colorful.” They are not as vivid as oil paintings done in primary hues. That is because the colors referred to by the artist are not colors expressed outwardly as in oil paintings. The colors are those that have permeated into the fibers of the hanji. They are colors that have been assimilated with the objet in the pictures. Some critiques have called them “colors that are taken off, not worn,” which seems an apt expression.
That is to say, Chon’s colors are colors drawn from the traditions of Korean ink painting. Ink soaks into the hanji when a stroke is made with the brush. The hanji holds the ink and gives off a subtle tone amidst its inky dark breath. It is a color that lives and breathes as it permeates the paper. It is a permeated color, a hidden color. So the artist has continuously made works that visualize hidden colors.
His recent works are also the results of such intentions expressed through new techniques. Trying to reveal hidden colors: how difficult it must be! Perhaps even impossible. Nevertheless, Chon says it is possible. He shows that possibility through “shredding.” Yes, the hues you are looking at—they are the hidden colors visualized by the artist. To express those colors, Chon is said to have repeated the process of creation and destruction. The “tearing up” is the zenith where creation and destruction come together in harmony. After all, they are pictures that are completed at the end of the acts of tearing.
Let us image that process.
First he spreads out a piece of hanji to paint on. Forms of flowers, trees and faint human figures soak into the paper. When the overall image is complete he waits for it to dry. Finally it seems to be dry. Is it time to tear? But lo and behold! He picks up a papering brush. And he covers the completed painting with glue. Now do you understand why I called his work a “process of creation and destruction?” He is pasting other pieces of hanji onto the glue-covered painting. This is called paper backing, or more light-heartedly, “clothing the back of the paper.” He now paints again on the backed hanji. It is creation following destruction, so to speak. Again, the faint images of flowers, trees and people are soaked into the paper. They soak in even deeper, as they are entangled with the previous paintings. We need to wait for this second painting to dry. Hmm… it is taking longer than it did a while ago. He nods as he examines the state of the painting. Now, do we tear? Oh, no. What he has picked up is that papering brush again. He ruthlessly covers the work with glue. He pastes new paper on it. He paints again. The painting seeps in deeper and deeper, and hides. The same process is repeated continuously. How many times…?  
Consider that the paintings you are looking at have gone through an average of six backings. They wear six layers of clothing, and are permeated with six layers of paint.  
Wait, finally the time has come. There is something unusual in his glance. Gathering strength at the tips of his fingers, at last he tears. And he tears again. A shadow of peculiar pleasure lingers around the corners of his mouth. He tears and tears again… The shredded paper flaps and sometimes falls to the ground.
The colorful hidden hues come out in the torn fragments of paper. Look at the colors. Isn’t there something familiar, comfortable and natural about them? They are colors that have deeply penetrated into the subject matter of nature. Chon is an artist who has expressed our sensibilities in harmony with the beauty of nature through natural subject matter. […]

Dessert
Through this exhibition, Chon Byung-Hyun presents a new expression style of traditional hanji. We can also glimpse his ambition to open a new millennium of hanji, as he advances into the center of the world. This is not something impossible, thanks to the interest, expectation and support of you, you and you, who have empathized with his world of work. That is why you were invited to this special dinner. Invitations for other you, you and you are of course also prepared.  
Come. We must be able to enjoy art like a casual dinner. Isn’t this an everyday scene that is absolutely necessary for a “world where people live?”
“We know that traditionally art prospers when the constituents of a society love art.“ These words were spoken by John Berger, who passed away this year after working as a writer in diverse genres. That’s right. Art must search for ways to prosper and develop while breathing together with the members of society. If they do not have the latitude to enjoy art, we will truly be at a loss.
Amidst long working hours, we are weighed down by our lives of endless “eeeffoort.” Under these circumstances, the word “banquet” may seem a luxury. But that would not be right. At this time when we have passed through the years of the cold north wind, and have met a new warm wind, we are ever more in need of artistic imagination. There needs to be a process of destroying the past sources of darkness and creating the traces of hope, which have been buried under that darkness. It will be difficult for art to change the world. But I do believe it can make the world less bad. Yes, that’s why it is art. Hence it is a banquet. […]




Appear-Still Life
2017
Collage, mixed media
220x158cm


Appear-Blue and Red Line
2017
Collage, mixed media
124x207cm


Appear-Swimming
2017
Collage, mixed media
54x68cm


Appear-Red Line
2017
Collage, mixed media
115x157cm

Appear-Fruit
2017
Collage, mixed media
224x160cm
Artist List
Sung-Ha An
Jong-Tae Choi
Hai-Yun Jung
Su-Fan Oh
Yung-Nam Park
Hwan-Kwon Yi
Sun-Tai Yoo
Myeung-Ro Youn
Ron Arad
Seung-Woo Back
Bien-U Bae
Vanessa Beecroft
Byung-Hyun Chon
Sang-hwa Chung
Sung-Wook Do
Lionel Estève
David Gerstein
Jin-Sub Han
Shan Hur
Jai-Hyoung Hwang
Yong-Ho Ji
Eddie Kang
Suki Seokyeong Kang
Chong-Hak Kim
Young-Hoon Ko
Yayoi Kusama
Sun-Cheol Kwun
Sung-Mi Lee
Dong-Jae Lee
Sang-Guk Lee
Roy Lichtenstein
Vik Muniz
Dae-Sung Park
Hang-Ryul Park
Richard Pettibone
Marc Quinn
Sangjun Roh
Sukwon Sa
Joel Shapiro
Seok Son
Keith Tyson
Young-Wun Yoo
주소 및 정보
서울시 종로구 평창30길 28(종로구 평창동 97번지)
02-720-1020
info@ganaart.com

관람시간: 월-일 오전 10시 – 7시
오시는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1711, 1020 지선버스를 타고 롯데아파트 정류장에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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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 and General Information
Seoul, Jongno-gu, Pyeongchang 30-gil, 28
Tel: 02-720-1020
info@gana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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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Hours: Monday – Sunday, 10am – 7pm
How to get here: Get off At Seoul Metro Line 3 Gyeongbokgung-station,
and take a bus 1711 or 1020 and get off at Lotte Apartment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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